“저 사람은 언제 또 저기에 들어갔을까?” 취재의 시작은 거기서 시작됐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정치권에 몸담아 열심히 적폐청산에 앞장선 이들이 어느 순간 하나 둘 사라지며 공무원증을 메고 관공서에 발견되는 모습에서 말이다. 사실 그들이 민선 7기 각 지자체와 산하 공공기관 등에 들어간 게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 선출직 단체장과 정치 철학을 공유하고, 그를 보좌하며 성공적인 풀뿌리 민주주의 운영을 위해 ‘임기제’, ‘별정직’ 등으로 불리는 ‘어공’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래도 되나 싶은 모습들이 눈에 보
“돈이 필요하시면 말씀주세요. 기사 잘 부탁드립니다.” 기자로 살다보면 이런 제안을 들을 때가 있다. 사회면 기사에 등장해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할법한 말이지만 하지만 슬프게도 최근에 이런 제안을 한 사람들은 모두 억울한 피해를 호소한 사람들이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한글날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던 지난 8일 밤. 전세계의 시선이 울산에 집중됐다. 도심을 집어 삼킬 듯 불바다로 변해버린 건물 속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까 많은 이들이 걱정 속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기적적으로 사망자와 중상자가 없다는 소식에 모두가 안도했다. 목숨을 건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희생. 이재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진 이름모를 시민들. 영업을 멈추고 사비를 털어 기꺼이 자신의 가게를 소방관들의 휴식공간으로 내놓은 상인들. 무료로 동물진료에 나선 수의사까지. 가슴을 뭉클하게 울리는 이야기 속에 악역이 필요했던 걸까. 누구보다도 배려를 받아야 할 이재민들이 ‘호캉스’라는 프레임에 갇혀 화재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악플을 달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제는 그만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화마가 아닌 악플에 사람이 죽게 생겼다.
“송재현 기자님 별명이 ‘삼송’인거 아시죠?” 송정역 광역전철 연장 관련 기사를 쓰고 난 뒤 한 공무원이 내게 건넨 이야기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니 시청을 시끄럽게 하는 세명의 ‘송씨’ 중에 한 명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통한다면서 이제 송정역 기사 좀 그만 쓰면
그는 그때가 대학교 1학년,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이라고 했다. 나라고 이런 곳 오지 말라는 법이 있나 싶어 그곳을 들렸고, 그래서 예쁜 아가씨를 불러 달라 했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그녀의 입술이 돋보여 그렇게 첫 키스를 하게 됐다고. 그래서 흰눈을
4.15 총선이 이제 정말 코앞까지 다가왔다. 기자로서의 첫 총선 취재를 돌이켜보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바로 ‘익명의 시민’들이다. 사회면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의 시민’들은 기부와 같은 가슴 훈훈한 소식들을 많이 전해줬다면 정치면 기사에서 등장하는 ‘익명의 시민’들은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의 중심이 되어 선거를 혼탁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 익명의 시민들은 정치부 기자들 앞에서는 자신들은 소시민이고 그저 울산을 사랑하는, 정치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며 절대 자신의 신분과 이름은 밝히지 않지만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법은 참 쉽다. 이 ‘시민’이 비난하는 대상과 경쟁하는 정치인 SNS에 들어가면 열심히 자기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며 ‘좋아요’와 ‘지지댓글’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46.80%.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20대 국회 지역구 의원 244명(공석5명·총리 및 장관직 4명 제외)의 7,616개 공약에 대해 이행평가를 실시해 나온 공약 이행률이다.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공약을 절반도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19대 국회의
100만원. 최근 창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겪자 한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100개 묶음 마스크 가격이다. 기자가 보통 최저가로 구매하던 마스크 한 개 값이 500원 선인데 이건 개당 1만원에 달하니 20배나 폭등한 꼴이다. 폭리를 취하는 악덕 판매자를 피해 마스크를 구매해도 이미 개당 수천원 꼴이고, 그나마도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구매취소 처리를 한다는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져 결국 정부가 마스크 매점매석행위에 칼을 빼들었다. 오는 6일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스크 등 관련 의료용품에 대한 매점매석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다 지나가고 한해를 돌아본다. 올 한해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기자의 세계로 첫 발을 내딛으며 정말 좌충우돌하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기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뭘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글을 잘써야 하나?사진을 잘찍어야 하나? 그러나 기자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기자의 덕목은 취재를 위해 ‘미움받을 용기’라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올 한해 참 많이 미움 받았던 것 같다. 때론 기사를 쓰고 나면 오늘 또 인생의 적이 한명 느는구나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렇게 미움받
최근 선배들이 항상 말하는 발로 뛰는 기사를 쓰기 위해 대민지원 최일선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관들의 근무에 동행취재에 나섰다. 그렇게 이들과 함께 동행하며 공무원들의 정당한 업무집행도 ‘감정노동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술에 만취해 혈중알코올농도 0.259%라는 경이적인 수치로 음주단속에 적발되고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주먹을 휘두르는 주취자. 결국 선을 넘은 주취자를 단속경찰관이 공무집행 방해죄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전후사정 모르고 지나가다 제압된 모습만 보고 경찰이 너무한다, 폭력을 휘두른다며 핸드폰을 들이
취재를 다니다 보면 본 기자가 음주운전 기사를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출입처에서도, 심지어 선배들은 이제 그만 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게 된 건 전투경찰로 복무한 경험 때문이다. 시위가 없는 날엔 전경대원들도 음주단속을 나갔다. 2008년 여름, 고속도로 순찰대에서 근무하던 故 최재성 경위가 음주단속 중 차량에 치여 순직했다. 그의 영결식에서 아빠의 영정 앞에 인사하던 아이를 보며 고참들과 힘들게 눈물을 참았다. 그해 겨울, 음주단속하던 후임은 차에 끌려가다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울산시의회 A의원은 SNS에 글을 올렸다. 일제강점기 마지막 아베 노부유키 총독의 외손자가 바로 현재 일본 아베 총리이고 아베 총독이 일본에 떠나가며 남긴 말이 조선인에게 식민교육을 심어놓아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의 삶을 살 것이다.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그러니 우리가 제대로 일제 불매운동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 내용, 사실일까?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아베 노부유키는 아베 총리와 친척도 아니고, 실제 아베 노부유키 총독이 저런 발언을 했다는 자료도 없다. 그러나 마치 팩트인 양
지난 6일 농소119안전센터에서 한 소방관의 사물함 문이 열리자, 동료들은 소리내어 울었다. 열린 사물함 속에는 소방관 근무복이 걸려 있었다. 근무복의 주인은 지난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 구조활동에 투입됐다 순직한 故강기봉 소방교, 사물함의 주인은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故 정희국 소방장이다. 정 소방장는 강 소방교와 급류에 휩쓸렸다 혼자만 살아남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며 고통 속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관물함에 강 소방교의 근무복을 걸어두고 기일에는 강 소방교의 고향에 가기도 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진